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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탐구가 다음 탐구를 낳는 과정 — TREM2 변이를 세 학기 동안 따라간 기록

구조가 거의 같은데 왜 위험도는 다른가 — 답 대신 질문이 남은 탐구를 세 번 이어간 기록

고등학생 · 익명 · 2026-09-05

시작 — 교과서 한 장과 뉴스 한 줄

시작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생명과학 교과서의 단백질 구조 단원 — 아미노산 곁사슬의 성질이 3차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하나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이 인공지능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인 알파폴드에 수여됐다는 뉴스였습니다. 교과서에서 "구조가 기능을 만든다"고 배웠는데, 이제 아미노산 서열만 넣으면 그 구조를 예측해 주는 도구가 무료로 공개돼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상을 하나 골랐습니다. TREM2는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로, 지질이나 아밀로이드 같은 물질을 인식해 세포가 반응하도록 켜 주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이 단백질의 47번 아르지닌이 히스티딘으로 바뀌는 R47H 변이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이형접합 보유자 기준 약 2.9배 높이는 것으로 2013년에 보고됐습니다. 62번이 바뀌는 R62H도 위험 변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면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1차 탐구가 남긴 것 — 답이 아니라 질문

1차 탐구에서는 NCBI에서 인간 TREM2의 아미노산 서열을 받아 문서 편집기로 47번과 62번 글자를 고쳐 변이형 서열 두 개를 만들고, 세 서열을 각각 ESMFold에 넣어 구조를 예측했습니다. 예측 결과는 Mol* Viewer에서 리간드가 결합하는 면역글로불린 유사 도메인(19~130번 잔기)을 기준으로 겹쳐 비교했습니다.

여기서 RMSD라는 지표를 씁니다. 두 구조를 겹쳤을 때 같은 원자끼리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평균한 값으로, 작을수록 두 구조가 포개진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야생형과 R62H 사이의 RMSD는 0.044 Å로 사실상 완전히 겹쳤습니다. 야생형과 R47H는 1.22 Å로 상대적으로 컸지만, 잔기별로 뜯어보니 그 차이는 변이가 일어난 47번이 아니라 거기서 멀리 떨어진 67~75번 표면 고리에 몰려 있었고, 정작 47번 주변의 국소 RMSD는 0.08 Å에 불과했습니다. 변이 부위의 예측 신뢰도(pLDDT)는 87~89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정리하면 골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역학 연구는 이 변이들이 발병 위험을 분명히 높인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탐구가 끝나지 않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구조 비교만으로는 "구조가 이렇게 비슷한데 위험도는 왜 다른가"에 답할 수 없었습니다. 1차 탐구의 결과는 답이 아니라 새 질문이었습니다.

2차 탐구 — 질문에 맞춰 도구를 바꾸다

2차 탐구는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골격이 같다면 차이는 골격이 아닌 곳에 있어야 합니다. 남은 후보는 표면의 화학적 성질이었습니다. 아르지닌은 곁사슬이 길고 양전하를 띠는데 히스티딘은 짧고 전하 성질이 다르므로, 골격을 유지한 채 결합 표면의 전하만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구조가 얼마나 다른가"에서 "그 차이가 리간드 결합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옮기고, 도구를 두 가지 추가했습니다. 하나는 47번·62번을 중심으로 반경 12 Å 안의 하전 잔기 전하를 합산해 국소 전하 패치를 계산하는 것, 다른 하나는 분자 도킹입니다. 도킹은 단백질 구조에 작은 분자를 여러 각도로 넣어 보며 어느 자세로 얼마나 잘 붙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무료 웹 도구인 SwissDock에 인지질의 음전하 머리부를 대표하는 인산세린을 리간드로 넣었습니다.

전하 계산에서 47번 부위는 야생형 +0.30에서 R47H에서 −0.60으로, 62번 부위는 +3.00에서 R62H에서 +2.10으로, 두 변이 모두 약 0.9만큼 양전하가 줄었습니다. 도킹에서는 47번 잔기 반경 8 Å 안에 야생형이 55개, R62H가 81개의 결합 포즈를 만든 반면 R47H는 하나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표면 전하가 약해졌다는 계산과 결합 후보 지점이 사라졌다는 결과가 하나의 사슬로 이어진 셈입니다.

3차 — 계산에서 나온 원리를 직접 실험으로

여기까지는 전부 컴퓨터 위의 일입니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같은 원리를 손으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곁사슬 전하가 바뀌면 단백질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명제 자체를, 달걀 흰자에서 뽑은 라이소자임의 표면 전하를 화학적으로 바꾼 뒤 열유도 응집 속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증한 것입니다. 대상도 방법도 완전히 달라졌지만 질문은 이어집니다. 실험 설계와 결과는 곁사슬 전하를 바꾸면 단백질이 더 빨리 뭉치는가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막혔던 지점 세 곳

이 세 탐구에서 가장 값진 부분은 결과가 아니라 판단이 갈렸던 지점들입니다.

첫째, 단정하지 않고 남겨둔 것. R47H 예측에서 나온 67~75번 고리의 변형(최대 약 5.8 Å)은 눈에 띄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그 부위는 변이 지점에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었고, 변형의 크기가 예측 자체의 오차 범위(실측 대비 약 1.0~1.4 Å)와 겹쳤으며, 같은 종류의 치환인 R62H에서는 그런 변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이가 만든 실제 구조 변화"로 결론 내지 않고 예측의 인공산물일 가능성으로 남겼습니다. 2차 탐구에서는 이 불확실성이 도킹 단계까지 번져, 62번 근처에서 관찰된 강한 결합력도 같은 이유로 생물학적 효과라 보지 않고 보조 관찰로만 적었습니다.

둘째, 시약이 제때 오지 않았을 때. 3차 실험에서는 EDC라는 시약이 발표 전까지 도착하지 않아, 발표는 임시 조건으로 하고 시약을 구할 다른 경로를 찾아 나중에 원래 설계대로 다시 실험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발표본과 최종본의 조건이 달랐다는 사실과 임시 조건이 대조군과 구별되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함께 적었습니다.

셋째, 이론과 계산이 어긋났을 때. 62번 부위 도킹에서 R47H가 세 구조 중 가장 강한 결합력을 보인 것은 예상과 맞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이 값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제시한 뒤, 왜 그 값을 근거로 삼지 않는지를 따로 설명했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 결과가 질문을 남기면 그게 다음 탐구의 제목입니다. "구조가 같은데 위험도는 왜 다른가"라는 한 문장이 2차 탐구 전체의 설계를 결정했습니다.
  • 질문이 바뀌면 도구를 바꾸세요. 구조 비교로 답이 안 나올 때 필요한 건 더 정밀한 구조 비교가 아니라 다른 층위의 방법이었습니다.
  • 예측 도구의 결과에는 오차 범위를 함께 적으세요. 5.8 Å이라는 숫자는 오차가 1.0~1.4 Å이라는 사실을 옆에 놓는 순간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어긋난 결과와 미완결 판단을 지우지 마세요. 이 탐구에서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이 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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