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한 편에서 탐구 주제 세 개 뽑는 법
논문의 Discussion 마지막 문단은 저자가 다음에 할 일을 직접 적어둔 자리입니다. 그 문단을 해부해 학생이 실제로 할 수 있는 크기의 주제 세 개를 뽑는 절차를 실제 공개 논문 한 편으로 보여드립니다.
마지막 수정 2026-09-05
선행연구를 열심히 읽었는데 주제가 안 나오는 학생이 많습니다. 논문 다섯 편을 읽고 나면 "이미 다 밝혀졌구나"라는 기분이 들고, 남은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논문들 안에는 저자가 직접 적어둔 "아직 안 한 일" 목록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 부분을 읽기 전에 창을 닫을 뿐입니다.
연구자는 논문 끝에서 자기 연구가 못 한 것을 스스로 밝힙니다. 학술지가 그렇게 요구하고, 그러지 않으면 심사에서 지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문의 마지막 문단은 사실상 다음 연구자를 위한 주제 목록입니다. 이 글은 그 문단만 따로 떼어 해부하고, 거기서 고등학생이 실제로 할 수 있는 크기의 주제 세 개를 뽑는 절차를 다룹니다. 논문을 어떤 순서로 읽는지는 영어 논문,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 법에 있으니 여기서는 순서가 아니라 한 문단의 구조만 봅니다.
저자는 논문 끝에 다음 연구를 적어둔다
찾을 위치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Discussion(고찰) 절의 마지막 한두 문단, 또는 별도의 소제목으로 붙은 Limitations, Limitations and future directions 절입니다. 논문에 따라 Conclusion 바로 앞에 놓이기도 합니다. PDF에서 limitation을 검색하면 세 번 이내에 그 자리가 나옵니다.
이 문단은 두 가지 내용이 붙어 있습니다. 앞쪽은 한계(이 연구가 하지 못한 것), 뒤쪽은 후속 제안(그래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입니다. 둘은 대개 짝을 이룹니다. "표본이 작았다"는 한계 뒤에는 "더 큰 표본에서 반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따라옵니다.
영어 논문이라면 아래 여섯 개 표현만 알아도 이 자리를 놓치지 않습니다.
| 표현 | 뜻 | 이어질 내용 |
|---|---|---|
| Several limitations should be noted | 몇 가지 한계가 있다 | 한계 목록의 시작 신호 |
| Future studies should / are needed to | 후속 연구가 ~해야 한다 | 저자가 직접 지목한 다음 주제 |
| remains unclear / remains to be determined | 아직 불분명하다 | 검증되지 않은 가설 |
| may not generalize to | ~에는 일반화되지 않을 수 있다 | 다른 집단으로 확장할 여지 |
| we did not measure / assess | 우리는 ~를 재지 않았다 | 빠진 변수 |
| warrants further investigation |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저자가 흥미롭게 본 지점 |
한국어 논문이라면 "본 연구의 제한점은", "후속 연구에서는",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읽을 논문 자체가 아직 없다면 이 단계를 먼저 해야 합니다. 위 도구 선행연구 검색해보기에 관심 키워드 두 개를 넣어 후보를 뽑고, 그중 전문을 무료로 열 수 있는 것 한 편을 고르세요. 초록만 보이는 논문은 이 작업에 쓸 수 없습니다. 한계와 후속 제안은 초록에 거의 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뽑기 — 한계·미검증 가설·다른 집단
한 문단에서 주제를 세 개 뽑는 방법은 문단을 세 가지 눈으로 각각 읽는 것입니다.
첫째, 한계를 조건으로 바꿉니다. 저자가 "우리는 A라는 방법의 한계가 있었다"라고 적었다면, 그 A를 다른 것으로 바꿔 같은 질문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그대로 연구가 됩니다. 측정 도구, 처치 시간, 계절, 장소 중 하나만 바꿉니다. 이것은 재현이면서 동시에 확장이라 학생 연구로 가장 안전한 유형입니다.
둘째, 미검증 가설을 질문으로 바꿉니다. 논문에는 "아마 ~때문일 것이다"라는 추측이 종종 나옵니다. 저자가 결과를 설명하려고 내놓았지만 직접 확인하지는 않은 문장입니다. 이 추측을 그대로 연구질문의 형태로 옮기면 됩니다. "~때문일 것이다"를 "~는 ~에 차이를 만드는가"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셋째, 다른 집단으로 옮깁니다. 대상이 대학생이었다면 고등학생으로, 다른 나라였다면 한국으로, 성인이었다면 청소년으로 바꿉니다. 이때 "왜 이 집단에서는 다를 수 있는가"를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한 줄이 없으면 그냥 반복이 되고, 있으면 새로운 질문이 됩니다.
세 방향은 난이도가 다릅니다. 셋째가 가장 쉽고, 첫째가 그다음, 둘째가 가장 어렵습니다. 셋 다 뽑아놓고 실현 가능성으로 고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실제 논문 한 편으로 해보기
아래 논문은 누구나 무료로 열어 볼 수 있는 공개 논문입니다. 원문 페이지에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License"라고 적혀 있고, 라이선스는 CC BY 4.0(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입니다. 그림이나 표를 여기 옮겨 싣지는 않으니 직접 열어놓고 따라오세요.
He JW, Tu ZH, Xiao L, Su T, Tang YX (2020). Effect of restricting bedtime mobile phone use on sleep, arousal, mood, and working memory: A randomized pilot trial.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28756
내용은 간단합니다. 수면의 질이 나쁘고 잠들기 전 휴대폰을 하루 30분 넘게 쓰는 대학생 3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만 4주 동안 "취침 30분 전에는 휴대폰을 쓰지 않기"를 지키게 했습니다. 그 결과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12분 줄고, 수면 시간이 약 18분 늘고, 작업기억 과제 정확도가 올랐습니다.
이제 Discussion 마지막 문단을 봅니다. 저자는 한계를 셋 적어두었고, 그중 두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Further studies using objective measures such as actigraphy are needed for a more objective evaluation of sleep." (수면을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활동기록계 같은 객관적 측정을 쓰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Third, the sample size was small, thus limiting the interpretation of the results." (셋째, 표본 크기가 작아 결과 해석에 제약이 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두 집단 참가자 모두가 "잠들기 전 휴대폰 사용이 수면을 방해한다"는 데 동의했고 사용을 줄일 의향이 있었다는 점을 한계로 적습니다. 즉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세 지점에서 앞의 세 방향을 각각 적용하면 다음이 나옵니다.
주제 1 (한계를 조건으로). 원 연구는 수면을 수면일지와 설문으로만 쟀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처치를 하되 측정을 바꿔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취침 30분 전 휴대폰 사용 제한은 스마트폰 자체 수면 기록(취침·기상 시각)으로 측정한 수면 시간에 차이를 만드는가 — 2주 교차 설계." 자기보고와 기기 기록을 함께 모아 두 값이 얼마나 어긋나는지 비교하면, 원 논문이 지적한 한계를 직접 다루는 연구가 됩니다.
주제 2 (미검증 가설을 질문으로). 저자는 참가자 전원이 처치에 동의하고 의욕이 있었다는 점을 한계로 적었지만, 의욕의 수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휴대폰 사용 제한을 시작하기 전의 실천 의향 점수(5점 척도 4문항)에 따라, 2주 후 취침 시각 변화량(분)은 다른가."
주제 3 (다른 집단으로). 원 연구의 대상은 대학생입니다. 고등학생은 등교 시각이 고정되어 있어 기상 시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그래서 취침 시각의 변화가 곧 수면 시간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조건이 다르니 결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 "취침 30분 전 휴대폰 사용 제한은 등교 시각이 고정된 고등학생 2학년의 총 수면 시간(분)을 늘리는가."
세 주제 모두 원 논문 한 문단에서 나왔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낸 부분은 없습니다. 이 작업의 핵심은 창의력이 아니라 문단을 세 번 읽는 것입니다. 논문의 그림에서 같은 작업을 하는 방법은 Figure만 보고 논문의 주장 파악하기에 있습니다.
뽑은 주제가 "고등학생 크기"인지 확인
세 개를 뽑았다고 셋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네 가지로 거릅니다.
측정 도구를 지금 가지고 있는가. 위 주제 1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됩니다. 반면 활동기록계를 사자는 주제는 여기서 탈락합니다. 저자가 제안한 그대로 따라가면 대개 장비에서 막히므로, 제안의 취지만 가져오고 도구는 내 손에 있는 것으로 바꿉니다.
참가자를 몇 명 모을 수 있는가. 원 논문은 38명이었고 그마저 작다고 스스로 적었습니다. 학생 연구에서 38명은 결코 작은 수가 아닙니다. 모을 수 있는 인원을 먼저 세고, 그 인원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인지 확인합니다.
기간이 학기 안에 들어오는가. 4주 처치에 사전·사후 측정을 더하면 최소 6주입니다. 시험 기간과 방학을 피해 6주를 확보할 수 있는지 달력에 실제로 표시해봅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수면을 다루는 연구는 참가자의 생활을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무기명 처리, 중도 포기 보장, 보호자 동의 같은 절차가 필요하고, 학교 규정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네 가지를 통과한 주제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시작합니다. 주제의 크기를 조절하는 더 구체적인 기준은 연구 주제의 적정 크기 찾기를 보세요.
원 논문을 어떻게 인용하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제를 논문에서 가져왔다면 그 논문을 인용해야 합니다. 문장을 베끼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디어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도 표절이고, 이 경우는 특히 티가 납니다. 심사자가 그 분야 논문을 알고 있으면 "어디서 온 주제인지" 바로 압니다.
밝히는 자리는 서론과 연구 필요성 절입니다. 다음과 같은 형태면 충분합니다.
He 등(2020)은 대학생 38명을 대상으로 취침 30분 전 휴대폰 사용 제한이 수면 잠복기와 작업기억을 개선함을 보고하였다. 다만 이 연구는 수면을 자기보고로만 측정하였고 표본이 작다는 점을 한계로 밝히고 있다. 본 연구는 대상을 등교 시각이 고정된 고등학생으로 바꾸고, 측정에 기기 기록을 함께 사용하여 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세 문장입니다. 원 연구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내가 그중 무엇을 하는지. 이 구조로 쓰면 "선행연구를 읽었다"는 사실과 "내 연구의 위치"가 동시에 전달됩니다. 오히려 주제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밝히는 편이 보고서를 강하게 만듭니다.
읽은 논문의 서지 정보는 그때그때 저장해두세요. 나중에 다시 찾으려면 검색어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위 도구 내 레퍼런스 목록에 DOI와 함께 "여기서 주제 2를 뽑음" 같은 메모를 붙여두면, 서론을 쓸 때 그 메모가 그대로 문장이 됩니다. 출처를 밝히는 기준 자체가 헷갈린다면 연구 윤리: 어디서부터가 문제인가의 표절 관련 절을 함께 보세요.
점검표 — 여기까지 했는지 확인
논문 한 편에서 주제 뽑기를 끝냈다면 아래가 모두 "예"여야 합니다.
- 전문을 열 수 있는 논문을 골랐고, Discussion의 한계·후속 제안 문단을 실제로 읽었다. 초록만 읽고 만든 주제는 이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닙니다.
- 세 방향(한계·미검증 가설·다른 집단)으로 각각 하나씩, 후보 세 개를 문장으로 적었다. 머릿속에만 있으면 비교가 안 됩니다.
- 세 후보를 도구·인원·기간·윤리 네 가지로 걸러 하나를 골랐다. 고른 이유를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른 주제가 원 논문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이 문장이 곧 연구 필요성의 뼈대입니다.
- 원 논문의 저자·연도·제목·학술지·DOI를 저장해두었다. 지금 저장하지 않으면 두 달 뒤에 다시 찾게 됩니다.
다음에 할 일은 고른 문장을 실제 설계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 전에 문장 자체가 검증 가능한 형태인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싶다면 "궁금하다"와 "탐구 가능하다"는 다르다의 점검표 다섯 항목을 통과시켜 보세요.
이어지는 단계
1단계: 주제 선정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