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사슬 전하를 바꾸면 단백질이 더 빨리 뭉치는가 — 달걀 흰자 라이소자임으로
시약이 제때 오지 않아 발표는 임시 조건으로, 보고서는 재실험으로 쓴 단백질 응집 실험
고등학생 · 익명 · 2026-09-05
어떤 질문이었나
이 연구는 앞 학기 바이오프로젝트에서 했던 TREM2 변이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R47H·R62H 변이에서 구조 골격이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변이된 곁사슬의 크기·전하·화학적 성질이 달라져 리간드 결합과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분석했고, 그렇다면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지 않고 곁사슬 전하만 화학적으로 바꿔도 단백질의 물성이 달라지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대상은 달걀 흰자 라이소자임, 측정 대상은 열유도 응집 속도였습니다. 표면 순전하가 줄면 분자 간 정전기적 반발력이 약해져 응집이 촉진된다는 콜로이드 안정성 연구의 논리가 설계의 근거였습니다.
어떻게 확인했나
흰자만 분리해 증류수를 약 2배 넣고 거즈로 여과한 뒤 10,000 rpm에서 원심분리했습니다. 상등액 15 mL에 황산암모늄 4.47 g을 얼음 위에서 넣어 약 50% 포화로 맞추고, 침전물을 10 mM PBS(pH 7.0) 3 mL에 재용해한 뒤 −20 ℃ 아세톤 12 mL로 한 번 더 침전시켰습니다.
추출한 라이소자임을 세 군으로 0.11 g씩 나눴습니다.
- A군(대조) — 무처리. PBS(pH 7.0) 5 mL에 재용해하고, 다른 군과 이온강도를 맞추기 위해 100 mM CaCl₂ 50 μL를 넣어 최종 1 mM로 했습니다.
- B군(양전하 감소) — 중탄산나트륨 완충용액(pH 8~9) 5 mL에 재용해한 뒤 2,3-부탄디온을 넣고 실온에서 2시간 차광 반응. Arg 잔기의 구아니디늄기를 변형해 양전하를 줄이는 처리입니다.
- C군(음전하 감소) — MES 완충용액 5 mL에 재용해한 뒤 EDC 약 95.9 mg(최종 0.1 M)과 에탄올아민 약 302 μL(최종 1.0 M)를 넣고 실온에서 2시간 반응. Asp·Glu의 카복실기를 중성의 하이드록시에틸아마이드로 바꾸는 처리입니다.
B군과 C군은 반응 후 냉각 아세톤을 1:4 부피비로 섞어 미반응 시약을 제거했습니다. 변형 여부는 Bradford assay(595 nm)로 간접 확인했습니다. Coomassie 염료는 주로 Arg 잔기와 결합하므로, Arg를 건드린 B군만 발색이 떨어지는 것이 예상되는 그림입니다.
응집은 모든 시료에 염산을 넣어 pH 2로 맞추고 항온수조 55 ℃에서 유도했습니다. 0·15·30·45·60분에 채취해 13,000 rpm에서 15분 원심분리하고, 상등액만 석영 큐벳에 옮겨 280 nm 흡광도를 쟀습니다. 0분 값을 100%로 둔 잔존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간 | A군(대조) | B군(2,3-부탄디온) | C군(EDC-에탄올아민) |
|---|---|---|---|
| 0분 | 100% | 100% | 100% |
| 15분 | 89.1% | 75.6% | 94.1% |
| 30분 | 75.2% | 52.6% | 89.0% |
| 45분 | 60.6% | 33.3% | 77.2% |
| 60분 | 43.8% | 22.2% | 65.4% |
Bradford 595 nm 흡광도는 A군 0.526, B군 0.396, C군 0.525였습니다.
무엇이 나왔나
응집 속도는 B군이 가장 빠르고 A군이 중간, C군이 가장 느렸습니다. 60분 시점 잔존율은 B군 22.2%, A군 43.8%, C군 65.4%로 B군과 C군 사이에 43.2%p 차이가 났습니다.
보고서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라이소자임은 등전점이 높은 염기성 단백질이라 원래 순양전하를 띱니다. B군은 Arg의 양전하가 줄어 순전하가 감소하고 반발력이 약해져, 변성 과정에서 드러난 소수성 부위끼리 붙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C군은 음전하 잔기가 중성화되면서 이미 우세하던 양전하가 더 강해져 반발력이 커지고 응집이 지연됩니다. Bradford 결과도 이와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 B군만 A·C군보다 약 25% 낮았고, C군은 A군과 거의 같았습니다.
가장 막혔던 지점
C군은 처음부터 EDC와 에탄올아민으로 처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일정이 금요일로 앞당겨지면서 수요일까지 1차 실험에 쓸 EDC가 필요해졌고, 확인해 보니 수요일 전까지 배송받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표 때는 C군을 염화칼슘을 처리하고 pH를 조정해 카복실기를 양성자화하는 방식으로 임시 수정해 실험하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대학 실험실에 있는 지인에게 EDC를 빌릴 수 있게 되어 EDC 처리를 추가로 진행했고, 그 시료의 흡광도 측정은 금요일 발표가 끝난 뒤 따로 했습니다.
발표에 썼던 임시 조건에 대해 보고서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pH 3~4 조건에서 장시간 방치하더라도 최종 응집 유도 단계에서 어차피 pH를 2로 조절하기 때문에, 그 처리가 대조군(A)과 구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발표한 C군은 A군과 다른 조건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는 pH 변화와 관계없이 전하 상태를 유지하는 EDC-에탄올아민 처리군을 C군의 최종 조건으로 설정해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가 스스로 밝힌 한계
- 달걀 흰자에서 직접 추출했기 때문에 다른 단백질이 일부 함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Bradford assay는 Arg뿐 아니라 라이신 등 염기성 잔기 전반과 결합하므로, 이 assay만으로 Arg 변형 정도를 절대적으로 정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응집 정도를 상등액의 280 nm 흡광도만으로 평가해, 응집체의 크기나 형태는 눈으로만 확인했고 정량하지 못했습니다.
- EDC 반응에서 카복실기 변형의 수율을 따로 검증하지 않아 변형 효율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보완책으로는 같은 조건의 반복 실험으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시하는 것, SDS-PAGE나 질량분석으로 곁사슬 변형을 직접 확인하는 것, 동적 광산란·탁도 측정·투과전자현미경으로 응집체의 크기와 형성 과정을 보는 것을 들었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 시약 조달 리드타임을 일정에 먼저 넣으세요. 설계가 흔들린 원인은 실험 실력이 아니라 배송 일정이었습니다. 도착일을 확인한 뒤 발표일과 실험일을 잡으면 임시 조건을 만들 일이 줄어듭니다.
- 임시 조건으로 발표했다면 보고서에 그 사실을 적으세요. 발표본과 보고서의 C군이 다른 처리였다고 적었기 때문에, 두 결과 중 무엇을 근거로 결론을 냈는지가 읽는 사람에게 분명해집니다.
- 대체 조건을 만들 때 "이게 대조군과 구별되는가"를 자문하세요. pH 조정으로 만든 임시 C군은 마지막에 모든 시료의 pH를 2로 맞추는 순간 A군과 같아질 수 있었습니다. 처리가 최종 측정 시점까지 살아남는지를 절차 전체를 따라가며 확인해야 합니다.
- 의도한 잔기에만 처리가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단을 하나 끼워 넣으세요. Bradford는 절대 정량은 못 하지만, B군만 발색이 낮고 C군은 A군과 같다는 패턴 자체가 간접 증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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