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데이터를 못 구했을 때 —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부작용을 감시하는 딥러닝 모델
MRI 데이터를 못 구해 CT로 대체하고, 그 사실을 보고서에 그대로 적은 고교 팀 연구
고등학생 · 익명 · 2026-09-05
어떤 질문에서 시작했나
고등학생 두 명이 팀으로 진행한 교내 학술제 보고서입니다. 출발점은 교과였습니다. 생명과학에서 B 림프구가 만드는 항체의 구조와 기능을 배웠고, 물리학에서 수소 원자핵의 공명 현상을 이용해 몸속을 영상으로 만드는 MRI의 원리를 배웠습니다. 통합사회에서는 고령화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다뤘습니다.
이 세 조각이 하나로 붙었습니다. 최근 승인된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인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 제거합니다. 그런데 혈관 벽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새면서 부종이나 미세출혈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ARIA입니다. 3상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은 투약군의 약 21.5%, 도나네맙은 약 36.8%에서 ARIA가 보고되었고, 대부분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MRI 판독 없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판독할 전문의는 부족합니다.
여기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딥러닝이 이 판독을 1차로 선별해 줄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지점 — 데이터를 못 구했다
ARIA는 MRI로 봐야 합니다. 미세출혈은 혈액 속 철 성분이 자기장을 왜곡하는 성질을 이용해야 검은 점으로 보이고, 부종은 물 성분을 강조하는 기법으로만 선명해집니다. CT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팀은 그 사실을 이론 조사 단계에서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ARIA MRI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데이터 허브에서 관련 영상을 받으려 했지만 윤리위원회 절차 등 고등학교 연구 환경에서 넘기 어려운 벽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팀이 한 선택이 이 사례의 핵심입니다. 주제를 버리지 않았고, 없는 데이터를 있는 것처럼 쓰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공개된 뇌출혈 CT 데이터셋으로 대체했습니다. 근거는 ARIA-H(미세출혈)와 일반 뇌출혈이 영상학적으로 유사한 병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CT를 대체재로 썼기 때문에 처음 설정한 연구 목적을 직접 달성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대체했다는 사실과 그 대체가 무엇을 못 하게 만드는지를 같이 적은 것입니다. 이렇게 쓰는 방법은 한계를 쓰는 법에 정리되어 있고, 공개 데이터로 주제를 다시 잡는 요령은 공개 데이터로 주제 잡기에서 다룹니다.
제약 안에서 내린 판단들
대체 데이터 위에서도 판단이 계속 필요했습니다.
윈도잉. 의료 영상 표준 형식인 DICOM 파일은 픽셀 하나가 매우 넓은 범위의 물리량을 담습니다. 이 중 관심 있는 조직 구간만 잘라 명암 대비를 키우는 처리를 윈도잉이라고 합니다. 뼈와 공기를 배제하고 뇌 실질과 출혈 부위의 대비를 최대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룹 정규화. 전체 450만 장 중 40만 장을 무작위 추출해 썼는데, 고해상도 영상이라 메모리 한계로 한 번에 넣는 배치가 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치가 작으면 표준적인 배치 정규화는 평균과 분산 추정이 부정확해집니다. 그래서 채널을 32개 그룹으로 묶어 그룹 안에서 정규화하는 그룹 정규화 층을 직접 구현해 백본인 EfficientNetB4의 정규화 층을 전부 교체했습니다.
손실 함수. 의료 영상은 정상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클래스 불균형에서 정확도만 올리려 하면 모델은 전부 정상이라고 찍는 쪽으로 도망갑니다. 이를 막으려고 BCE-Dice Loss를 채택했습니다.
학습은 85 대 15로 나눠 진행했고, 출혈 유무와 5가지 세부 유형을 합친 6개 항목을 동시에 예측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정확도의 역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훈련 데이터에서 정확도 0.7259, 손실 0.7330이었고, 테스트에서는 정확도 0.4342, 손실 0.1566이었습니다.
정확도만 보면 실패로 보입니다. 그런데 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렇게 읽었습니다. 데이터 대다수가 정상이므로 정확도는 모델의 성능을 온전히 대표하지 못한다, 손실이 0.1566으로 낮게 유지된다는 것은 예측 확률 분포가 정답에 가깝다는 뜻이며 모델이 전부 정상이라고 찍는 것이 아니라 병변 패턴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표 하나를 성적표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지표가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은 것입니다. 통계 검정 고르고 읽기에서 말하는 태도가 이것입니다.
스스로 밝힌 한계
팀이 직접 적은 한계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임상 기준에 못 미칩니다. 알츠하이머 관련 선별 검사법에는 민감도 90% 이상, 특이도 75% 이상이라는 기준이 있는데 이 모델은 거기에 한참 못 미친다고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둘째, MRI가 없어 ARIA-E(부종)는 아예 학습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론적 배경에서 부종의 크기 기준까지 상세히 조사해 놓고도, 데이터가 없어 그 절반을 모델에 넣지 못한 것입니다.
다음 사람에게
원하는 데이터를 못 구하는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그때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주제를 접거나, 못 구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과를 부풀리거나, 대체재를 쓰고 그 대체가 무엇을 못 하게 만드는지 적거나.
이 팀은 세 번째를 골랐습니다. 그래서 이 보고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적혀 있는데도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연구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안 나온 결과를 쓰는 법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못 구한 것을 정확히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그 지점에서 이어받습니다.
이어지는 단계
3단계: 방법론 설계보기 →